[기자의 눈] MZ세대의 파멸적 소비 습관
최근 MZ세대(1981~2010년생)의 소비 패턴이 사회적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번지는 ‘둠 스펜딩’ 현상 때문이다. ‘둠 스펜딩’은 슬프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꼭 필요하지 않거나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러한 소비 활동은 물질적 만족을 넘어 자존감을 확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일시적인 위안을 얻는 셈이다. 명품과 뷰티 제품 구매, 여행, 취미 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압박감 외에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치열한 경쟁 사회 속 자존감 저하 등을 이유로 꼽았다. 개인 재정 전문 업체 ‘크레딧카르마’ 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7~2010년생)의 35%가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돈을 쓰는 ‘둠 스펜딩’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의 발달은 ‘둠 스펜딩’을 더 부추기고 있다. MZ 세대는 자신의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드러내는 데 신경을 쓴다. 따라서 명품 가방이나 옷, 고급 레스토랑 방문 등을 통해 자신의 ‘잘사는 삶’을 어필하다 보니 소비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구매 후 결제(BNPL·Buy Now Pay Later)’ 업체들의 등장도 MZ세대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BNPL업체인 클라나의 설문조사에서 Z세대 중 60%가 최근 12개월 동안 사치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1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로 인해, 작년 12월 ‘후불결제’의 지출 규모는 전년보다 14%가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둠 스펜딩’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기 쉬운 소비 방법이다. 크레딧카르마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평균 크레딧카드 부채는 2022년 3월의 2000달러에서 현재는 3300달러로 65%나 증가했다. 또 Z세대(1997~2010년생)의 평균 크레딧카드 부채도 4500달러에서 6700달러로 2년 만에 약 50% 가까이 늘었다. MZ세대는 아직 경제적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무리한 소비로 인해 부채에 압도될 위험이 있다. 또한, 물질적 가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진정한 행복과 만족은 내면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지만, ‘둠 스펜딩’은 외적인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2014년 발표된 UC버클리의 연구에 따르면, 물질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와 사회적 지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존감 저하와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 타인의 화려한 삶을 지속해서 보면 열등감을 느끼거나, 더 많은 소비에 유혹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개인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보건당국은 최근 SNS가 미성년자의 정신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며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SNS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우울증 위험이 2배 더 높으며 충동 조절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Z세대의 ‘둠 스펜딩’ 트렌드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SNS의 영향, 그리고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강한 소비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하은 / 경제부기자의 눈 파멸 소비 소비 트렌드 소비 활동 소비 패턴